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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 도심용 아이젠이 통하는 이유(이승철 원장)
등록일 2015.03.06 조회 3518

[경제 view &] 도심용 아이젠이 통하는 이유

중앙일보 2015.02.24

 


이승철 전경련국제경영원 원장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이번 설날에 주고 받은 덕담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또 멀리 떨어져 산다는 이유로 한동안 소원했던 가족들이 모여 그 간의 안부를 묻고 덕담을 건넸다. 나이 드신 부모님께 아들 딸들은 언제나 건강하고 오래 오래 사시라는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젊은 자식들의 인사는 그저 인사치레일 뿐 일상으로 돌아온 어르신들은 사는 게 불편하고 안녕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어르신들은 추운 겨울 바깥에라도 잠시 나갈라치면 빙판 길을 걷다 미끄러질까 걱정하고 실내에선 일어서다 허리라도 삐끗할까 걱정한다. 어느덧 나이 든 사람들은 밖에도 안 나가고 집안에서도 그저 조용히 가만히 있는 것이 안녕하고 건강하게 지내는 게 돼버린 듯하다.

 

1980년대 초만 하더라도 영·유아 인구는 노인 인구의 4배에 달했다. 지금은 상황이 역전돼 고령자 인구가 영유아의 3배에 달한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사회는 과거 ‘고출산·저령화’ 시대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노인은 벌써 600만 명이 넘었지만 이들을 위한 ‘실버 시장’은 거의 발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실버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걸까? 먼저 ‘시장 수요’ 면에서 봤을 때 과거 노인들은 인구가 적고 구매력도 낮아 소비자 층이 형성될 수 없었다. 지금은 노인 수도 많고 구매력도 높아져 충분한 수요가 있다. 하지만 시장 공급자가 없는 실정이다.

 

또 다른 이유는 ‘나이 들고 늙으면 원래 불편하게 사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라는 무의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인도 어린이나 일반 성인처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평범한 일상을 똑같이 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생활의 불편을 해소하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 ‘창조 산업’이라면 노인의 불편함을 없애 편하게 살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상품을 만드는 것도 신 산업이고 창조 산업이다.

 

실버 산업의 선두주자가 되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첫째 이동권의 측면에서 노인들의 불편함이 크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길거리를 다닐 때 나무 지팡이를 의지해 걷거나 등산용 스틱을 쓴다. 무겁기도 하고 노인 보행에 알맞지 않아 불편하다. 하지만 일본의 노인용품점에 가보면 지팡이만도 수 십 가지에 이른다. 4단으로 접히는 지팡이 밤거리의 어둠을 밝혀주는 램프 달린 지팡이 탄소 섬유로 만든 초경량 지팡이 등 노인 수요에 맞는 상품을 판다.

 

 

둘째 노인들은 신체적 능력이 떨어져 쉽게 안전사고를 당할 수 있다. 신발 끈을 묶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질 수도 있으니 노인용 찍찍이 신발이 필요하다. 겨울철 거리에서 넘어져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 등산용 아이젠과 유사한 도심용 아이젠도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실내 바닥에서 일어나다 쓰러질 수도 있으니 욕실이나 방 벽에 쉽게 붙일 수 있는 손잡이 상품도 생각할 수 있다.

 

셋째 노인들은 평범한 일상에서도 불편함을 느낀다. 단추 하나 채우는 것도 쉽지 않고 냉장고 문을 여는 것도 힘이 든다. 또 음료수 캔을 따거나 페트병 뚜껑을 돌리는 것 손톱깎이나 가위를 사용하는 것조차 손가락 힘이 모자라 쉽지 않다. 실제 해외의 노인용품점엔 이런 일상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단추 대신 찍찍이 단추가 붙어있는 옷 원터치로 문이 열리는 냉장고 쉽게 캔과 병뚜껑을 딸 수 있는 기구 손가락이 아닌 주먹을 쥐고 사용할 수 있는 손톱깎이나 가위 등을 쉽게 살 수 있다.

 

실버 산업의 가능성은 비단 한국 시장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글로벌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고령 인구는 불과 10년 후 그 인구가 3억 명에 달할 것이라 한다. 그러나 그런 노인 인구에 대응할 실버 산업이 발달한 나라는 독일과 일본 등에 그친다.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한탄만 하지 말고 비즈니스의 기회로 활용하는 역발상은 어떨까? 고령화 사회에 적합한 신상품을 만들어 세계를 상대로 시장을 개척해보자. 글로벌 실버 시장을 장악할 창조 상품을 만들자. 실버 상품하면 역시 ‘메이드 인 코리아’가 최고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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